2009년 08월 16일
ok, here we go.
1. 입대 후 6개월이 지나고 일병을 달고나니 조금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그 전의 생활은 그야말로 그저 살아남기 위한 기간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군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고 저도 그것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환경이든 적응기간이
필요한 법이고 군생활이라고 하는 환경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듯 합니다.
특히나 저처럼 멋대로 멋대로 살다온 사람에게는 더욱 그런 측면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어쨌든, 지금 시점까지는 조금은 힘들었지만 비교적 건강하게 생활 해 왔고, 남은 기간도
쉽지는 않겠지만 저나 저 주위의 사람에게 큰 상처는 남기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2. 제일 먼저 이야기 할 것은 언어의 문제.
좋게 말하면 言靈과 친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빨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군생활의 제일 답답한 점은 언어의
제한, 혹은 언어의 경화(硬化)인 듯 합니다. 계급사회에서 요구되는 "말조심"은 언어의 내용적인 문제로
두고 차치하더라도 군생활에서 사용되는 어휘라는 것은 확실히 한정되고 제한되어서 클리쉐의 무한반복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측면이 확실히 있습니다.
일반적인 생활에서의 "안녕하세요" 혹은 "좋은 아침입니다"는 "충성!/필승!/단결!"이런 것으로 모두 바뀌어버리고
여러가지 작은 인사들은 "고생하십시오" 혹은 "편히 쉬십시오"로 변해버리는 구석이 있더군요.
거기에 공식문서에 들어가는 용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렇게 딱딱해지고 딱딱해지고 통상적인 어법과는
그렇게는 거리를 두어버리게 되는 것인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위기를 느끼는 것은 글을 쓰는 능력이 점점 퇴화되는 것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역시 지금 같이 글을 쓰는 기회 자체가 군생활 중에 거의 없기 때문에 글쓰기 연습이 되지 않는 것이 큽니다.
근본적으로는 군생활이라는 것이 글을 쓰는 것, 혹은 머릿속에서 흘러다니는 의식의 걸쭉한 수프를 정리되고
타자에 의하여 이해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과정과 친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어쨌든 생각을 다시한번 뒤집어서 검증하고,
모차르트라도 틀어놓고 머리가 조금은 자신의 페이스로 돌아가게 하는 과정이 (적어도 저에게는)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컴퓨터가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부팅 후에 기본적인 프로그램들이 다 로딩이 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필요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부팅이 다 끝나기 전에 갑자기 익스플로러를 띄우면 컴퓨터가 말을 안듣죠.
그런데 군대라는 곳은 부팅 중이라도 갑자기 무언가가 일어나면서 마구 조작을 해대는 사태가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짬"이 안되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사고를 추스르는 시간을 주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편지라도 마구 써내려간다면 조금은 낫겠지만 쓸 사람도 없고(...)
부담스럽게 군대에서 아무에게나 편지를 구구절절 쓸 수도 없고(...이건 좀 고민해봤습니다)
3. 그런 고민과 환경의 가혹함과 퇴화하고 싶지 않다는 몸부림의 타협점이 말하자면 다시 제가 블로그에 손을 대는 이유입니다.
제 언어를 갈고 닦고, 제 행위를 반성하고, 제 환경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장으로서 제 블로그를 한번 이용해보고자 합니다.
그 동안 손을 놓고 있는 동안 보고 계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반응 주신다면 /굽신굽신;이 되겠습니다.
see you soon...hopefully.
# by | 2009/08/16 15:26 | army lif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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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역하고 다시 보면 오글오그르를 하지만... -_-;;;
나름 괜찮습니다.
거기에 일기도 좋지만 세상과의 약소한 연계성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고 할까요?
블로그 안에서 할 수 있나봐?
난 얼마전에 써머워즈 보고 왔지롱. 감상을 말하자면 부끄럽고 재밌고 그렇다. ㅋㅋ
날씨 많이 더운데 조심하그라.
매일매일 블로깅은 좀 무리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겠다.
으으 지금 써머워즈 뽐뿌질이 장난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