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 이승만

Sonnet님의 블로그에서 트랙백: 일본이 가진 모든 것을 우리에게 달라, 그것도 내일 당장 달라

본 블로그에서도 포스팅한 '친일'의 문제 때문에 順命大帝님의 블로그가 시끄럽다. 덧글의 행진을 보면 친일 자체에 대한 말도 많지만 이승만이라는 정치인, 이승만 정권에 대한 말도 상당히 많았다.

이승만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일전에 읽은 냉전에 관한 책에서 이승만에 대한 기술을 생각해냈다.

    초강대국의 그림자에서도 자신들의 주도권을 찾고자 하는 소국들의 무기가 "비동맹" 전략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정권 붕괴의 가능성도 그들에게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물론 남한의 이승만이나 대만의 장개석, 월남의 고 딘 디엠 같은 철저한 반공주의자들이 소련편으로 넘어가겠다고 미국을 협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초강대국의 후원이 없으면 그들의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즉, "도미노"들은 때때로 자신들이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광고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것이다.
    
    한국 전쟁 후의 한국의 역사는 그러한 전략의 좋은 예가 된다. 이승만은 한반도를 분단된 상태로 남겨두는 1953년의 휴전조약에 강하게 반발하였으며, 이를 사보타쥬하기 위하여 몇 천명의 반공포로들을 해방하였다. 이러한 이승만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하여 워싱턴은 평양만큼이나 분노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승만은 이런 행동으로 휴전조약을 망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아이젠하워 정권에게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동맹국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말을 잘 듣는 동맹국은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이승만의 가장 강력한 명분은 미국이 이승만과 이승만의 독재정권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붕괴될 것이며 미국은 이승만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때보다 더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입장에서 이승만을 대체할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명분은 충분히 먹힐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는 다음과 같이 우울하게 술회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미국이 충분히 한반도를 버리고 떠날 수 있다고 돌려서 말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지만 물론 사실은 진짜로 떠날 수 없는 것이 명백했다." 그리하여 이승만은 미국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한국의 안전에 필요할 때까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약속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는 미국이 이승만의 권위주의적 정권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즉, 한국은 미국 마음대로가 아니라 이승만 마음대로 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승만은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는 냉전시대의 협박 방식을 만들어냈다. "나를 너무 압박하면 내 정부가 무너질 것이고 그러면 네가 곤란해질 것이다"

    소련도 북한의 김일성을 상대로 비슷한 문제로 골먹이를 썩였다.

John Lewis Gaddis, "The Cold War: A New History" (본인 譯)

천조국 상대로도 협박과 공갈을 서슴치 않은 이박사는 진짜로 대인배로 인정하긴 해야 할 듯.

by impetuous | 2008/08/18 23:02 | read.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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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당근 at 2008/08/18 23:16
예전에 북한 보고 "와 쟤네 배짱 봐" 했던 걸 잠시 반성..
우리도 만만치 않았군요 'ㅅ'
Commented by impetuous at 2008/08/18 23:26
우리네도 제대로 막장이던 시절이 있었죠;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8/08/20 11:45
막장 전술은 잃을 것 없는 입장에서는 참 효과적이죠.

나라가 거지꼴이었던 50년대에나 써먹을 수 있었지, 지금에 와서는... -.-a
Commented by impetuous at 2008/08/20 13:53
지금이야 미국애들이 "자동차 관세 50% up? 오라이?"라고 하면

굽신굽신 자비자비 모드죠 ㅋㅋㅋ
Commented by Ha-1 at 2008/08/19 08:22
사실 리박사는 무려 미국대학 (프린스턴대였나? )을 나온 최첨단 엘리뜨였죠. 무려 '영어'가 된다는 것도 그의 강점... (응?)
Commented by impetuous at 2008/08/19 09:17
그 시절에 프린스턴 박사였으니 쫌 놀랍죠. 요새도 한국 사람들 잘 안받는데;

저는 딱 미군정 군인들과 이박사의 대화가 상상이 됩니다. 영어로 죽이고, 넌지시 프린스턴 얘기하면서 죽이고, 교회 얘기하면서 다독이고;
Commented by Disorder at 2008/08/27 15:23
김구가 천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념전쟁의 접견선에서 한반도를 통일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일성의 경우를 보더라도 당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외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완용도 사실 미국 대사관에 있으면서 배운 국제정세와 외교의 중요성을 깨닿고 자기의 실추된 명예와 세를 회복하기 위해서 본인 나름대로 일본을 이용한겁니다. 물론 덕분에 나라는 팔아잡수셨지만 말입니다.

이승만 대인배죠. 이승만 없었으면 다 굶어 죽었습니다.
Commented by Disorder at 2008/08/27 15:26
다만 이분이 왕족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신 분이라 나중에 집권연장을 시도하다가 역풍을 맞죠. 자기는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겠습니다만.

Commented by impetuous at 2008/08/27 18:11
그 당시 지도자들 중에서 미국을 저렇게 당당하게 돼지 저금통으로 뽑아드실 수 있으신 분은 아무래도 리박사 밖에는 없었겠죠. 물론 그 중간중간에 한 삽질들을 리박사의 업적에서 빼면 손해득실이 미묘해지기는 합니다만;

저는 리박사나 박통에 있어서는 공/과를 완전히 분리해서 따로 한권씩 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한쪽을 덮어주거나 없앨 수는 없겠죠.
Commented by Disorder at 2008/08/27 20:54
모든 것은 양면성을 포함합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저만한 인물이라도 있었으니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앞에 과한 요구를 하는 소위 껍데기만 리버럴인 인간들 너무 싫습니다. 물론 이들의 목적이 아주 저급하고 돼먹지못한 것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역사앞에 좀더 겸손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impetuous at 2008/08/27 22:04
과거를 평가하려면 적어도 그 시절의 상황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이 공정한 접근이겠죠. 지금 대부분이 갖춰진 나라에서 살다보면 아무것도 없던 시절의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이해가 가긴 갑니다만, 그래도 멍청한건 멍청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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